직장인 유럽여행기 Ⅱ-2(파리) 기행

▲ 루브르 박물관과 유리 피라미드


Ⅰ. 서른둘에 밟아보는 첫 외국땅
Ⅱ. 예술과 낭만의 도시, 똥과 오줌의 도시
Ⅲ. 자연은 직선을 만들지 않는다
Ⅳ. 축제의 장에서 벌어진 싸움의 장
Ⅴ. 유랑(流浪)

2013년 9월 30일 월요일 일정


06:30 ~ 08:00 기상, 세면 및 아침 식사
08:00 ~ 09:00 파리시내 이동
09:00 ~ 10:00 루브르 박물관 입장 대기
11:00 ~ 13:30 *)루브르 박물관 관람
13:30 ~ 14:30 점심식사
14:30 ~ 15:00 시테섬, 퐁네프 다리, 예술의 다리 관람
15:00 ~ 16:30 노트르담 대성당
16:30 ~ 19:30 라파예트, 프랭땅 백화점 쇼핑
19:30 ~ 20:00 숙소 이동 및 정리

 세계3대 영화제, 폭포, 명차. '세계3대○○' 동그라미에 단어를 넣어보세요. 라고 하면 들어가는 단어가 참 많다. 까까머리적에 역사과목을 좋아했던 나는 '세계3대 박물관'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을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황송하고 또 황송했다. 어제의 삽질덕에 지하철표도 쉽게 끊고 노선도 척척! 손쉽게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긴 건물의 아래쪽 통로를 지나 넓은 광장과 함께 다빈치코드 엔딩신에 등장했던 유리 피라미드를 발견 할 수 있었다.(알고보니 지나온 긴 건물 전체가 루브르 박물관의 회랑 이었다.)

 그런데 9시에 만나기로 했던 회사후배가 20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았다.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참다못해 연락을 했더니 루브르 박물관의 다른 입구에 있다는 것이 아닌가. 역시 하루도 척척 풀리는 날이 없다. 어젯밤의 민박집 사장님 말씀대로 각자 찢어져서 관람을 하기로 작전계획을 세우고 닌텐도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했다. 길이 엊갈려 시간도 까먹었던 터라 일단 무작정 아무 곳이나 돌격 했다.

▲ 모나리자를 관람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

 

 목표는 2시간 반만에 루브르 박물관 전 구간 투어 및 **)직지심체요절 사진찍어오기. 보면 볼수록 기가막한다. 세계각국의 미술품, 조각, 유물, 장신구 등 없는게 없다. 과연 인류유산의 보고라 할만했다. 이 많은 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감동, 너무나 짧은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프랑스에서 약탈한 문화재에 대한 분노. 인간 감정은 여러가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아이러니 하다. 결국 직지심체요절은 찾지 못했다. 지하3층에 있다고 했는데...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교과서에서나 보던 함무라비 법전도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두시간 반동안 미친개마냥 돌아다녔더니 배가고파서 거지들이 밥통을 두들긴다. 별관 식당에서 빅맥으로 끼니를 때우고 우리는 노트르담 성당을 보기위해 시테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섬으로 들어가기위해 건너간 예술의 다리, 수많은 연인들이 잠궈놓은 자물쇠가 보인다. 여자친구와 갔다면 자물쇠 100개도 더 잠궈줄 용의가 있었으나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법. 자물쇠를 팔던 흑인도 나에게 팔생각은 별로 없어 보였다. 나도 살 생각 없었다 이 친구야!  

▲ 예술의 다리에 빼곡히 걸려있는 자물쇠


 섬 안으로 얼마간 더 걸어가자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직사각형을 한 큰 건물이 모습을 들어냈다. 유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가지를 꼭 알아야 하는데 첫번째는 '그리스-로마 신화', 두번째는 '성경' 이다. 노르트담 성당의 외벽과 내부에는 천지창조 부터 예수의 행적, 역대교황의 치적 등을 조각과 그림으로 묘사해두었는데, 뭐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성경에 무지하니 알턱이 있나. 그저 건물의 역사와 크기에 놀랄 따름이었다.


▲ 노트르담 성당 내부. 수많은 조각상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마음을 성스럽게(?) 해준다.


 파리시내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 소르본 대학등을 보려 했으나, 옛 것은 이미 많이 봤고 금세기 파리의 모습도 보기위해 백화점으로 눈길을 돌리기로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라파예트, 프랭탕 백화점.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규모가 크고 여기가 백화점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천장장식에 황당함이 가시질 않았다.

▲ 라파예트 백화점 천정 장식. 박물관보다 더 박물관 같다.


 백화점에는 한번쯤 보았을 법한 명품브랜드가 즐비하게 매장을 열고 있었다. 이 곳이야 말로 중국인의 끝장 집결지 였다. 쇼핑객의 대부분은 동양계였고 막상 파리시민이나 유럽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시계매장에서 5만 유로(원화로 약 7천2백만원)짜리 시계를 금방이라도 살 듯이 흥정하고 있는 한 중국인을 보며,

'중국이 세계를 정복할 날이 멀지 않았구나' 

라고 황당한 상상도 했었다.

 막상 파리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시민들은 명품을 치장하고 다니지 않는다. 그들은 브랜드가 자신의 가치를 올리거나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과 장신구로 멋을 즐길줄 안다. 왜 우리나라 사람은 명품과 메이커가 자신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여기는 걸까? '그래도 명품백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생각은 왜 하게 되는 걸까? 파리에서 느낀 가장 큰 충격은 '멋'에 관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유행의 중심에 사는 사람들은 막상 유행에 민감하지 않았다. 바람 한점 없는 태풍의 눈처럼.



▲ 파리의 도로. 퇴근 후 어디론가 향하는 발걸음들이 바빠보였다.

*) 루브르는 크게 Richelieu(리슐리외), Shully(슐리), Denon(드농) 3개의 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3개의 관은 모두 프랑스 위인에서 따온 이름이며 (우리나라로 치자면 세종문화회관, 충무로 등) 드농관은 고대 이집트, 그리스 시대 유물이 리슐리외관은 프랑스의 그림과 조각과 나폴레옹3세의 방, 슐리관은 중세 유럽의 미술품과 이슬람, 오세아니아 지역의 유물을 볼 수 있다.
 혹시 이글을 보고 루브르 박물관 관람을 계획 하신다면 지도와 어느관에 어떤 작품이 있는지 정도는 알고가면 좀더 재미 있는 관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 돌아와 찾아보니 직지심체요절은 루브르 박물관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다고 한다. 모르면 역시 손발고생 이다.

 


덧글

  • 9625 2013/11/09 03:55 # 답글

    파리 시민들이 명품을 입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역시...치안이 좀 불안하기 때문에...긴 한데
    주변을 보면 어쩐지 다들 가방 하나씩은 있는 느낌입니다ㅋㅋ
    근데 파리 시민들은 그냥 유행에 관심이 없는 느낌...워낙 살기가 팍팍한 도시라 그런건지...
  • 호두마루 2013/11/18 15:06 #

    그죠. 비오니깐 루이비똥으로 비를 막더라구요ㅎ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