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기어 예찬론 수필


※ 자동기어와 튜닝카에 대한 비난이나, 무시하는 글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 차는 필요와 용도에 따라 구입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수동기어 예찬론

 모든 남자들은 고금을 막론하고 '빠름'에 대한 욕망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며, 욕구이다. 삼국지의 한 대목을 보면 조조가 관우를 회유하기 위해 많은 금과 보석을 주었음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던 충신이, 적토마 한필에 아이처럼 좋아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주군인 유비에게 빨리 당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더라도 장수가 좋은 말을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 시내를 달리다 보면 별 희안한 차가 다 보인다. 엔진은 손도 대지 않은 채 머플러를 뚫어 소리만 '뻥뻥' 울리는 차가 있는가 하면, 온갖 LED로 중무장하여 반대편 차선을 위험하게 하는 차, 노래방인지 차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쩌렁쩌렁 하게 시내를 울리고 다니는 차도 즐비하다. 레이싱카 마냥 바닥을 쓸어버릴 듯이 서스펜션을 내려 차의 벨런스를 해치면서까지 미친듯이 와리가리를 치며 달리는 숑카도 많다.

 도대체 무엇이 젊은이들을 튜닝과 좋은차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히게 했을까? 내 나름대로의 추측은 자기만족과, 자기과시욕 두가지로 요약하고싶다. 남들과는 다른 차 소위 말하는 '튜닝카'를 통해 자신을 동일시 하고, 남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 원시인 다큐멘터리를 보면 온몸에 염료를 바르고 장식을 하는 장면이 간간히 나온다. 이 것은 적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나를 돋보이게 하려는 수단인줄 우리는 안다. 우리는 '차'를 통해 아프리카 원시인과 똑같은 욕망을 표출하고 싶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올해 4월 차를 구입할 적에 수동기어를 산다는 나의 말에 친구들은 "야이, 미친놈아"를 이구동성으로 내뱉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차란 편리한 이동도구이며, 남에게 나를 보여주는 수단일 뿐이었다. 고급세단을 타고 다니면 도덕적으로 어찌 되었던 '성공한 사람'이며, 소형차를 타고 다니면 '돈없는 놈'으로 치부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차에 대한 통념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 이다. 그런데 하고많은 차중에 편리함 마저 포기한 수동을 뽑다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미친놈중에 상미친놈이다. 스포츠카도 아닌 준중형 세단을 사면서 말이다.

 자동기어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밟으면 가고 밟으면 서는 것이 달리는 고철 덩어리지, '내가 차를 몬다'는 느낌과 감성이란 온데간데 없다. 나도 전자업계 종사자 이지만, 수많은 전자장치의 발달을 통해 10년 후 쯤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장치가 부착된 차가 돌아다니고 있으리라. 몬다(Drive)라는 감성은 쏙 빠진채 말이다.

 자기만족이란 무엇이며, 튜닝이란 또 무엇인가? 나는 수동기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동력을 붙였다 끊었다 하면서 차가 나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차를 몬다'는 느낌이 자기만족이요. 적절한 RPM과 속력에 기어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튜닝이리라.

 사실 수동기어를 예찬하는 것은 슬픈일이다. 유럽만 해도 효율을 중시하는 그들의 사고방식과 원할한 도로사정때문에 수동기어가 훨씬 많다고한다. 우리나라가 너도나도 자동기어를 선택하는 것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클러치를 밟고 키뭉치를 돌려 시동을 걸고, 1단기어를 사정없이 꽂아 넣는 수동드라이버들의 왼무릎이 평안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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